유진 님, 새봄 님, 민호 님 안녕하세요! 반갑습니다. "캔 유 메이크 잇?"을 "위 캔 메이크 잇!"으로 만드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려요. 간단히 팀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.
유진: 안녕하세요. 저희는 캔 유 메이크 잇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‘김치 온 라이스’팀입니다. 이렇게 잘 마치고 돌아와 인사드리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!
우선 캔 유 메이크 잇을 무사히 마치고 오신 따끈따끈한 후기를 가장 먼저 청해 듣고 싶은데요. 각자 소감 한마디씩 부탁드려요.
유진: 우선, 끝난 직후의 소감은 '사람이 그렇게 많이 안 먹어도 다 살 수 있구나, 내가 그 동안 너무 과식을 해오지 않았나…' 하는 걸 느꼈고요. 모든 일에 대해 크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.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, 어려운 일이 찾아와도 '내가 캔 유 메이크 잇도 해냈는데 이걸 못하겠어?'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.
민호: 요새 친구들 만나면 다 물어보거든요. 늘 이렇게 대답해요. “인생에 한 번쯤은 해봐도 좋을 것 같아” 라고요. 근데 다음 유럽을 갈 기회가 있다면 그냥 맘 편히 놀러 가고 싶네요.(웃음)
새봄: 물론 좀 힘들었지만, 함께 잘 헤쳐 나갔던 팀원들 덕분에 제 인생에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.
세 분이 이렇게 함께 모이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, 팀을 꾸리고 지원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?
민호: 우선 저희는 대외활동 모집 사이트를 통해 모이게 됐어요. 저는 2016년도에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놓았는데, 갑자기 8년 만에 알림이 뜬 거예요. 그래서 홀린 듯이 글을 올린 유진 님에게 바로 연락했죠.
유진: 저는 2016년도에 참가하셨던 한국인 분이 쓰셨던 책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었어요. 올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팀원을 모았던 것 같아요. 생각보다 연락이 많지 않았는데 한 일주일 남기고 이렇게 두 명에게 딱 연락이 와서 좋은 팀을 꾸리게 됐어요.
새봄: 저희가 준비 시간이 정말 부족했거든요. 그런데 합이 착착 잘 맞았던 것 같아요.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건 마감 2주 전이었는데 두 번 정도 만나서 아이디어 짜고, 세 번째 만났을 때 하루 만에 촬영, 편집까지 마무리해서 지원 영상을 만들어 제출했던 기억이 나요.
민호: 저희가 서로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강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. 이 챌린지 자체가 진짜 새로운 도전이잖아요. 그러니까 함께하는 사람도 완전 새로운 사람들을 처음 만나서 팀을 짠 덕분에 더 색다른 매력을 가진 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.
좋습니다. 대회 첫날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? 정말 많은 거절을 당하고, 다른 팀들에 비해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들었어요.
새봄: 저는 사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거든요. 그런데 첫날에 동선이 많이 꼬이면서 다른 팀들에 비해 저희가 많이 뒤처지게 됐어요. 생각 외로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좌절감이 들더라고요. 근데 정말 저희 셋의 밸런스가 좋았던 게, 한 명 멘탈이 무너지려고 하면 나머지 둘이 옆에서 억텐으로 끌어올려 주고 평정심을 찾게 해주고 이런 게 잘 맞았어요.
민호: 저희 시작 포인트가 바르셀로나여서 항구가 있었거든요. 다른 팀들이 모두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갈 때 저희는 항구에서 나오는 트럭을 히치하이킹 해서 멀리 나가자는 전략으로 접근했어요. 근데 한 2시간 정도 시도를 해도 히치하이킹이 안 되더라고요. 그때는 그래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,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히치하이킹 하는 데 있어서 2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더라고요.
유진: 그래서 그 전략을 접고 다른 팀들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되돌아갔고, 한 노부부께서 버스표를 바꿔주신 덕분에 위기를 면할 수 있었어요.
민호: 그 버스 정류장에서도 거의 몇 시간 동안 헤매다가 할머님이 기적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거거든요. 그래서인지 유진이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더라고요.
첫날 제대로 고생을 하셨네요. 그런 고생을 하다 보면 조금 무서운 상황도 있었을 거 같아요.
민호: 그 첫날 밤에 저희가 결국 블라네스라는 작은 해안가 도시에서 노숙을 했거든요. 그날 노숙자가 갑자기 말을 걸기도 하고 조금 무서웠는데, "와 오션뷰 호텔이네~" 하면서 웃어넘겼던 기억이 나요.
새봄: 저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가 좀 무섭긴 했어요. 저희가 밤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, 기차역에 딱 내리자마자 경찰분들이 오셔서 이 골목은 지나가면 안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. 사람들이 술에 많이 취해있고 그런 골목이더라고요. 그런데 그다음 날 해 뜨고 보니까 그렇게 멋진 도시가 또 없더라고요. 신기했어요.
민호: 새봄이가 사실 강단이 있어서, 그런 무서운 상황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. 어떤 기차역에서는 한 걸인이 저희 샌드위치를 훔쳐 가는 상황이 있었는데, 바로 쫓아가서 싸우더라고요.
새봄: 저녁에 먹으려고 아껴뒀는데 화가 좀 많이 나서 그랬어요.
유쾌하게 말씀해 주셔서 저희가 지금은 웃으며 듣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으셨겠어요. 반대로 가장 따뜻했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주신다면요?
유진: 저는 두 번째 날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만난 프랑스 여성분이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. 저희를 그냥 놓고 가기가 너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결국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거든요.
새봄: 그 집에 초대받아서 요리도 해주시고 정말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물도 마시고 음료수도 마시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. 그리고 사실 남편분이 처음엔 저희를 반기는 눈치가 아녔는데, 이야기도 나누고 저희가 프랑스어가 잘 안 통하니까 구글 번역기 써가면서 얘기하려고 노력했거든요. 저희의 그런 모습이 좀 귀여우셨나 봐요. 그래서 나중에는 직접 요리도 해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시더라고요.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.
들으면서 저희도 정말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. 이제 캔 유 메이크 잇 하면 신나는 체크 포인트나 챌린지 경험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?!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하나씩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?
새봄: 저는 파리 체크 포인트에서 랩 녹음을 했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. 스튜디오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쓴 가사로 랩을 녹음하는 챌린지였거든요. 저희는 "I’m not a beggar" 라는 주제로 가사를 써서 불렀는데, 그런 가사를 썼던 이유가 있어요. 저희가 큰 기차역 같은 곳들에선 진짜로 구걸을 해서 삶을 영위하시는 소위 'Beggar' 분들이 많거든요. 그래서 사람들이 저희를 그런 걸인인 인줄 알고 아예 무시하는 거예요. 저희 진짜 Beggar 아닌데… 그래서 그 감정을 담아서 가사를 쓰고 랩을 했는데 그게 너무 즐거웠어요. 그리고 그 음악이 너무 좋아서 걷는 내내 크게 틀어놓고 계속 들었어요.
민호: 저는 기차에서 했던 어부바 챌린지가 기억나요. 저희가 챌린지 영상은 매일 저녁 8시에서 9시쯤 올려야 하는데, 그날은 그 시간에 기차 안에서 이동 중이었거든요. 그래서 "그냥 기차 안에서 하자"가 돼서, 어떤 60세 정도 돼 보이는 남성분께 부탁을 드렸어요. 흔쾌히 해주셨는데, 처음엔 한 명만 어부바하면 되는 줄 아셨던 거예요. 유진이, 새봄이까지 어부바 해주시고 마지막에 저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까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셨던 게 기억에 남는데, 아무튼 다 해주셔서 무사히 챌린지 업로드를 했어요.
유진: 저는 첫 번째 체크 포인트였던 요트 세일링을 잊을 수 없어요. 나르본이라는 도시에 겨우 도착해서 첫 체크 포인트가 가까워지는데 저희가 첫날 너무 고생을 해서 '아 이제 뭔가 좀 풀리는구나'하는 느낌에 도파민이 엄청났던 거 같아요. 그래서 막 소리 지르면서 체크 포인트로 달려갔는데,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어요.
저희도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들 모두 감사해요.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인데요, 캔 유 메이크 잇 이후의 삶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?
유진: 우선 평범한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. 하다못해 편하게 마시는 물 한 모금 같은 것들이요. 그래서 그때 받았던 도움들을 잊지 말고 앞으로 많이 베풀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고요. 그리고 걱정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행동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걸 진짜 많이 느꼈어요. 결국 시도가 많아져야 성공할 확률이 올라가는 거잖아요? 그런 마인드셋을 좀 장착하게 됐어요
새봄: 저도 유진이랑 비슷하게 일상의 소중함을 너무 뼈저리게 깨달았던 계기가 됐어요. 그리고 예전에는 계획에 없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일들이 터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는데, 지금은 그런 부분에 많이 관대해진 것 같아요. 만약 준비한 계획대로 안 되면,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되는 거죠. 방법은 있을 거고, 나를 도와줄 사람도 또 있을 거고.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면 되는 거고요.
민호: 저는 사람들 사이에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. 만약 이 대회가 한국에서 열렸어도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?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. 그래서 일상에서부터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.
정말 마지막으로 캔 유 메이크 잇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 보면서 이번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! 감사해요, '김치 온 라이스' 팀!
민호: "너 도 도 전 해"
유진: "인 생 은 한 번"
새봄: "베 풀 며 살 자"